며칠 전,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보고 왔다.
오랜만의 영화관, 오랜만의 친구들과의 만남.
즐거웠다.
감상읽기
#Intro.
1-3편을 봐왔고, 항상 책에 못 미친다는 실망을 했지만 이번에도 영화관에서 보기로 했다.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과연 어떻게 책을 영상으로 옮겼을지, 그 점을 기대하면서 영화를 봤다. 거의 세 달만에 영화관에 갔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그 세 달 전의 전에는 여덟 달 만이었지만a) 영화 시작 전부터, 주위에서 시끌시끌한 수많은 커플들을 노려봐주며(...) 좀 쾌적한 감상을 준비했다. (응?)
#Goblet of Fire.
해리포터 4편인 '불의 잔'은, 1-3편과는 달리 네 권짜리 장편이다. 하지만 상영 시간은 세 시간 정도로, 1편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보기 전부터 내심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수많은 부분을 한치의 주저도 없이 잘라먹었다.
큰 스토리는 같지만, 짧아지는 만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원작과 다른 부분도 눈에 띄였다. (큰 흐름에는 별반 영향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수정했다하더라도, 잘라낸 부분만큼은 어쩔 수 없는 법인지, 1-3편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은 사람을 위한 영화, 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책 안보고 영화만 본 사람들은 이해를 했을지조차 잘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미 포기(...)를 했기 때문인지,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다만 딱 한 가지, 덤블도어 역을 맡은 배우는 굉장히 거슬렸다. 아마 1-3편에서 덤블도어 역을 맡았던 배우가 노환으로 작고해서 대체한 배우라고 들었는데, 덤블도어 특유의 중후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저 성깔 더러운 노인 영감이 버럭버럭거린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정말 미스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상상의 영역인 활자를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언제나 생기는 일이지만, 자신의 상상과 구현화된 영상의 차이는 꽤나 마음 아프다. 해리포터 4편 '불의 잔'에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볼드모트와의 결전 부분이 가장 그 괴리가 컸다. 촐싹대는 볼드모트 경이라니. OTL 짓눌린 코와 일그러진 얼굴은 정말 잘 묘사했지만, 악의 수괴답게 그르륵 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좀 중후한 멋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모습이 내가 상상했던 볼드모트 경의 모습이다)
영화를 잘라먹으면서, 꽤 비중있는 해리의 초챙에 대한 감정이라거나, 해리와 론의 다툼이라거나 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축소되어 그려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실제로 이후에 중요하게 다뤄질 시리우스의 비중도 시간 관계상 대부분 잘려서, 과연 5편은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갈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책에서는 시리우스와 해그리드 등에게 덤블도어로부터 지령이 내려지는 마지막 장면이 있다)
#After.
실망할 것을 예상하고 갔기 때문인지, 의외로 실망은 적었다. (모순되는 말이지만)
역시, 기대할 것은 상상의 영상화, 그 구현화가 비교적 잘 되었다는 점이다. 아니, 구현화만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상만큼은, 역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3편부터는 그 영상에만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느낌도 조금 들기는 한다-_- 특히 3편의 패트로누스는 정말─ 책과는 2천㎞ 정도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헤르미온느(엠마 왓슨)가 나이를 먹을수록 망가져가는게 제일 아쉽다. (응?)
곧 내려갈 예정이지만, 책에서의 마법사 세계를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겠지.
― 연기 : B-
― 음향 : B+
― 영상 : A0
― 스토리 : B-
― 몰입도 : B-
― 영향 : B-
― 총평 : B0
(연기 ― 배우들의 연기 수준을 말한다. 개인 취향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음향 ― 잘 모르지만, 거슬리면 무조건 안 좋다)
(영상 ― 그래픽과 전반적 카메라 구도, 카메라 워크 등등)
(스토리 ― 전반적 진행과 그 구성, 플롯 등등)
(몰입도 ― 얼마나 집중하게 만드는가. 잘 짜여진 스릴러라면 최고)
(영향 ― 영화를 보고 '생각'이라는 걸 하게 만들면 좋다. 무조건 치고받는 액션이나 유치한 영화는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