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가고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흘러,
다시 이날이 되었다.
어느덧 어린 시절을 지나 질풍노도의 대학생 시절도 종말을 고하고 (...다음 학기를 다녀야하긴 하지만) 인생의 다음 Period에 들어섰다. 아침에 아버지께 메일이 왔다. <사람의 인생은 세 시기로 구분되고, 너는 이제 두번째 시기에 들어섰다>라는 내용이다. 정답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표현한 전환점-Turning Point-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두번째 시기(아버지의 표현에 따르면)의 문턱에 선 나는, 다시 한 번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인 셈이다. 그때에 비해 훨씬 가혹한 환경 속에 놓여지긴 했지만. 과거의 이 때에 비해 훨씬 급박하고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여유로운 시선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는 드디어 삶의 첫 전환점을 만났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할 것은 너무 많고,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은 적다.
무엇을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나의 한계는 어디인가. 내가 가기로 결정한 길과, 내가 포기한 또 다른 길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지 않은 길. 가보지 않았기에 영원토록 알 수 없는 그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가) 앞으로 해야만 할 노력과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길을 생각했다.
어제의 랑둥장. 스무살은 아니지만 스무살 기분으로. (笑)
와인은 샤토 깡뜨냑 브라운 / 쟝 마크 보카드 샤블리 / 샤토 쉬뒤로 (위에서부터) 와인평은 짧게.
깡뜨냑 브라운은 무난하고 밸런스가 잘 잡혀있었지만, 평이함이 지나쳐서 아쉬움이 남았다.
쟝 마크 보카드 샤블리는 훈제연어와의 궁합이 가히 최강. 샤블리 자체만으로는 밋밋한 맛이 강한 듯한,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냥저냥 별 볼일 없어보이는 샤블리였지만 훈제연어와 함께 먹으면 둘이 함께 강렬해진다. 깔끔한 뒷맛과 연어의 풍미가 일품.
샤토 쉬뒤로는 생일 선물로 받은 와인이다. (고맙습니다♡) 귀부와인(!!)이며, 압도적인 당도로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달다. 소테른 최고봉에 디캠이 있다면, 그 바로 아래에 있다는 평을 받는 특급 와인. (가격은 디캠에 비해 몹시 착하다....지만 비싸다) 단 걸 못 먹는 인간이었지만, 괴로움 속에서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
오늘의 엠엠장(에로장). 친구 MJ양이 생일 축하해준다고 놀러오셨다. 시간이 늦어져 제과점에 들르지 못해 케잌은 몽쉘통통. (웃음) 선물은 닥터 루센 리슬링 카비넷트-와 이원복 교수의 와인 이야기 책. (어제 랑둥장에서 빌려왔는데 선물로 받았으니 빨리 반납해야겠다-ㅋ) 루센 카비넷트는 무려 독일 리슬링 :) 저녁 먹고 디저트처럼 술술 마셨는데, 무난함과 깔끔함이 돋보였다.
(부모님 뉴욕행 후) 자취 생활 + 귀차니스트 생활을 시작한 뒤로 생일을 별로 챙기지 않는 편이었는데, 올해 생일은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참 알차고 따뜻했다. 항상 느낀다. 나는 당신들이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