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라. 달려라. 숨어라.
그렇지 않으면,
에픽 게임즈의 기어즈 오브 워.
가운데서 포스를 풍기는 아저씨가 주인공 마커스 피닉스.
후속작 기어즈 오브 워2가 나온지가 언제인데 이런 구시대적 글을 올리냐고 힐난해도 이제서야 플레이했으니 별 수 없다. 처음 기어즈를 잡았던 건 작년 여름 랑둥장에 놀러갔을 때였던 것 같은데. 당시에도 짧은 시간 동안 패드를 교대해가며(...)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다. (꽤 오래 했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잡아보니 Act1도 못 깼던 두 사람. OTL)
이 정도의 고퀄리티를 낼 수 있는 엔진을 자체 개발해서 쓰고, 팔아먹고 있다니. 규모는 여전히 작지만 에픽 게임즈가 굉장한 회사라고 느끼게 된다. (98년, 언리얼 처음 나왔을 때는 FPS건 TPS건 이쪽 장르에 영 흥미가 없었지만..)
배경은 먼 미래.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행성-세라-에 자리 잡은 인류와 그들을 위협하는 로커스트의 이야기다. 하지만 기어즈 최고의 단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멋진 연출, 간지나는 그래픽, 은폐와 엄폐를 비롯한 인상적인 전투 시스템..은 있지만 어설픈 스토리텔링은 아쉬운 점이 남는다. 연재기간 중 절단신공을 너무 남발한 소설의 출판본을 보는 기분이랄까. 배경이 되는 행성이 세라라는 사실조차 오프닝에서 딱 한 번 나온다. -_-
인상 팍 쓰고 톱질하는 근육 떡대 마커스.
하지만 그가 왜 시작부터 감옥에 갇혀있었는지,
14년 전의 이머젼스 데이가 대체 무엇인지..
본편 플레이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실 저 단점은 수많은 장점을 방패 삼아 게임 플레이 중에는 별로 부각되지도 않는다) XBOX360 대표 타이틀로 지금까지도 거론되면서 동시에 2007 GDC Award를 수상한 이 게임은 한 마디로 끝내준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전개의 연속과 흥미진진한 전투를 지금 플레이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그래픽으로 포장했다. 덤으로 A버튼 하나에 수많은 동작을 부여하고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조작감은 칭찬할만하다. 스토리적 연출 이외에 게임 내 움직임 하나하나를 수준급으로 연출했다는 점은 더욱.
그 중에서도 특히나 TPS의 강점을 확실히 살린 로디런 시스템은 강력 추천. 헐떡거리는 숨소리 음성과, 패닝샷的인 효과를 십분 활용한 화면 효과, 덤으로 올려다보는 시점을 통한 긴박한 화면 구성 등이 어우러져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덤으로 음성 효과는 단순히 연출 만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주의목표 보기
(Y버튼) 기능과 함께, 기어즈에는 음성을 통한 정보 전달이 굉장히 많다. 로커스트를 쓰러뜨렸을 때의 감탄사부터 시작해서
(이 감탄사는 내가 적을 맞춰 쓰러뜨렸는지 아닌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적의 등장을 동료가 외침으로 주의시켜준다거나
("레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거대 로커스트를 어떻게 상대하는 것이 좋을지 안내해주는 등.
덤으로 엔진의 성능을 십분 활용하여 그려낸 사실감과 잔혹성은, 폭력성과 선정성이라는 기준을 뛰어넘어 그것조차도 연출로 보일 정도다. 랜서에 썰리는 모션을 비롯하여 수류탄, 샷건 등에 로커스트가 박살나는 연출 등은 일반적인 기준이라면 징그럽거나 잔인해야겠으나..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공포였던 버서커.
몇 차례 등장하지도 않고 공략법만 알면 별 것 없는 몬스터를 정말 효과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도 그럴싸했다. 그 정점은 버서커. 눈도 안 보이고 소리에만 반응하고 할 줄 아는 건 일직선 돌격밖에 없는 녀석인데 .. 버서커 앞에만 서면 덜덜 떨면서 플레이할 정도였으니. 티가렉스
(몬스터헌터) 이후 오랜만에 느껴본 본격적인 공포.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다른 보스맙
(콥서와 라암 장군)은 9% 쯤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버서커만도 못한 놈들 같으니.
(여담이지만, 버서커는 로커스트 암컷이라고 한다. 笑)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이 마크에 친숙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발매 후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수준급을 유지하는 그 뛰어남에 사뭇 놀란다.
올초에 2가 나왔다는데.. 얼렁 해봐야할텐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