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식스 : 베가스



오늘부로 함께 살게 된 XBOX360에 딸려온 타이틀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블루드래곤이다)

레인보우식스 시리즈(이하 R6)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멀티플레이의 형식을 빌렸지만 대전이 가능한 FPS 게임은 내게는 처음이었다. 아마 R6 이전 직접 접해봤던 FPS는 고작 둠이 전부였다. (감히 고작이라고 부르기엔 둠의 위용이 너무나 강대하지만)
괴물 CPU를 상대로 쿵쿵 쏘고 퍽퍽 얻어맞던 둠에 비해, 싱글플레이 모드에서조차 나이트고글이라거나 하트비트 센서, 스모크밤 등을 이용한 현실적이고 다채로운 플레이는 어린 마음을 쥐어잡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사촌형/동생과 연짱 닷새를 게임방에 머무를 정도. (물론 밤을 샌 건 아니다.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으니..)
어린 마음에 환상적이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R6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말 현실적이었다. 빠르게 이동하면 심박수가 올라가서 상대의 센서에 감지당하기 일쑤였고, 달리면서 상대를 발포하는 건 불가능했다. 앉지 않으면 한없이 벌어지는 히팅 포인트는 애먼 총알만 소비할 뿐이었다. 실수로 손이 삐끗하여 인질에게 탄환이 날아가면 인질이 쓰러지고 나는 발견당하고 누워버린다.

하지만 이토록 철두철미하고 재미있었던 R6는 결코 스타를 이기고 게임방 주류로 자리잡지 못했으며, 종국에는 2탄 격의 로그스피어조차 무참히 밟히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한국 FPS 주류의 칭호는 카운터스트라이크(이하 카스)에게 헌납하고 만다.

카스와 R6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R6 제작사인 레드스톰의 안이한 폴리시 같은 부차적인(어쩌면 중요할지도;)
이유를 차치하고 생각해보면, 아마도 타격감과 컨텐츠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R6는 극도로 현실적이다. 다리를 맞추는 정도로는 상대를 눕힐 수 없고 수십 발을 쏴도 제대로 맞지 않았기 때문에 쉽사리 죽지 않는다. 상대는 온몸을 중무장하고 있고 이쪽의 명중률은 낮으니 당연한 일이다. R6의 사격은 현실적이다. 반동은 어마어마하고, 확실하게 조준하고 안정적인 자세로 발포하지 않으면 빗나가기 십상이다. (물론 킬하우스2처럼 닥돌 닥샷하던 고유 맵도 있지만) 반면 카스는 상대적으로 비현실적이다. 피격 포인트는 관대하고 반동도 관대하다. 하지만 동시에 앉아서 쐈을 때 히팅 포인트가 좁아지는 현실적인 면도 일부 존재한다.
R6에서 달리면서 쏘거나 서서 쏘면 뉴비나 바보 취급 당하지만, 앉았을 때 히팅 포인트가 좁아진다는 점을 활용해서 앉아서 발포하면 컨트롤의 귀재라고 불린다. (물론 후반부엔 당연시된 컨트롤이었지만)

무엇이 다른가?



超 관대한 히팅 포인트를 제공하는 HIS 온라인. 현재 오픈베타 중.



R6에는 적을 사살하는 것과 인질을 구출하는 승리 조건이 존재한다.
카스에는 적을 모두 사살하는 것 외에, 폭탄을 설치하거나 제거하는 또 다른 승리 조건이 존재한다.

R6의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조심스럽다. 테러리스트를 향해 날린 탄환이 인질을 꿰뚫자 인질은 맥없이 죽어버린다. 테러리스트를 향해 탄환이 정확히 날아가도 테러리스트는 쉽게 죽지 않는다. 오히려 이편의 위치를 알려줄 뿐이다. 다양한 현실적인 장비와 도구들이 존재하지만 플레이는 조심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하트비트 센서의 존재 등은 그런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더욱 강화시킨 면이 있다) 반면 카스의 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스피디하다. 쉽게 죽기도 하지만, 동시에 쉽게 죽일 수 있다. 폭탄을 설치하는 테러리스트는 설치하기 전에는 신나게 돌격하지만, 설치 후에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경계한다.


R6는 정말 사실적이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오늘 레인보우식스 : 베가스를 우연히 손에 들기 전까지, 머릿속 FPS 게임의 리스트에서 레인보우식스는 없었다. 그당시 나는 정말 미친듯이 레인보우식스에 빠졌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당시 효자동에서 종로 일대를 아우르던 게임방의 주류는 스타크래프트와 카스였고, 내 친구들 역시 그랬다. 나는 쉽게 영향을 받았고, 모두와 함께한다는 동료감과 감칠맛나는 타격감에 반했다. 나는 그렇게 레인보우식스를 잊었다.


소설에서 그렇듯, 현실이 아닌 허구 속의 리얼리티는 현실 그 자체가 아니다.
리얼리티는 고증과 다르다.
리얼리티는 '현실과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리얼리티는 사실 그 자체와는 다르다.

게이머가 원하는 것은, 현실을 그대로 허구로 옮겨놓은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잡소리
 : Xbox360을 구했는데 집에 있는 TV는 19인치 구형이다. 이런.
 : 24인치 HD지원 모니터나 멋진 TV를 사야하나. 이게 무슨 일인가.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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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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