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13 05:29
처음에는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 앞에서는 잘 피우지 않았지만, 나는 흡연자다. 담배가 몸에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서 주로 집에서 많이 피우지만, 어쨌거나 내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담배를 처음 피운 것은 작년 4월이었다.
그 전까지는 우울할 때 술을 마셨지만, 술에 대한 안 좋은 과거들이 몇 생기면서 우울할 때에는 주로 담배를 피운다. (가끔 혼자서 집에서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맥주는 옵션이라고 봐야한다)
담배를 처음 입에 댔을 때 기침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근 두달간 입담배였으니까.
속담배를 배운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담배를 피우면서도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는 선배가 해준 충고 때문이었다. 입담배일 때 끊어라, 라는 내용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속담배를 피워보도록 유발하는 동기 제공이 되버렸다.
입에서 연기를 머금고 바로 뱉었던 그 두달은, 사실 담배 자체의 효과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하나의 심리적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다들 담배를 피우면 어떻고 저떻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라고 나도 모르게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담배를 끊는 것이 몸에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담배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내가 피우는 담배에 대해서는 싫어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자제하는 만큼, 다른 흡연자가 내게 피해를 주는 것은 견딜 수 없다) 심리적인 안정감도 있고, 요즘도 가끔은 느끼는 핑- 도는 그 느낌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도 좋다. (...써놓고 보니까, 담배도 역시 마약이다-_-)
무엇보다도, 혼자 있을 때 피우는 담배는, 흡연이라는 그 행위 자체보다도 담배 자체의 매력에 빠져든다. 가늘게 새어나오는 한 줄기 연기, 가끔씩 치익- 하는 소리를 내뿜으며 타들어가는 모습. 그러한 것에 빠져든다. 그 몸을 불살라 흡연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희생이다, 같은 흡연자들의 궤변과는 상관없다. 단지, 그 타들어가는 소리가 좋을 뿐이다.
가끔씩 들리는 작은 소리. 그러한 것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안정감을 찾는 느낌이다. 그 작은 소리가 더없이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아마도 내게만 그런 것이겠지만, 나는 그 소리를 좋아한다.


……처음 담배를 피우기 전까지, 나는 태어나서 입에 담배를 대본 적도 없고,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을 담배로 꼽을 정도로 싫어했던 내가, 내 나름의 괴로움을 잊는 방법으로 흡연을 택한 것도 어찌 보면 참 얄궃지 싶다.

(*소리님 이글루에서 중독에 대한 글을 읽다가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D)
Posted by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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