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3 00:03
텐션이 좀 떨어지고 있습니다. 냐하.
최후의 탑.
1. 마지막 도서관 (2)
드워프와 엘프가 손을 잡았다는 풍문에 온 대륙이 신음했다.
그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륙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고작 풍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흘려들
을 수 없었던 것은, 너무도 여러곳에서 동시에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
다. 처음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고 웃어넘겼
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사람들은 그 풍문을 절반
쯤은 진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떤 절대적인 진리가 깨진
것과도 동일한 수준으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견원지간이라는 말 대신 드엘지간이라는 말을 써도 좋을 정도로
엘프와 드워프 사이의 불화는 유명하다. 엘프를 향해 불처럼 화를 내
는 드워프와, 드워프의 분노를 살랑거리는 잔바람으로 치부하고 무시
하는 엘프의 도도함은 두 유사종족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게조차
주지의 사실이다. 만나기만하면 으르렁거리는 두 종족은, 그렇기 때
문에 함께 목격되는 일조차 드물다.
그 엘프와 드워프가, 힘을 합쳐 건물을 짓기로 했음을 공표하려했
을 때 그 둘을 제외한 모두는 이 파격적인 결정을 외면했다. 그렇다.
결코 일어날리 없다고 믿었던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부
정한다.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엘프와 드워프 사이에 '협력'이라는 말이 성립한 이 사건은 대륙의
수많은 '믿고 싶지 않은' 것, 혹은 '믿을 수 없는 것' 리스트에서 다
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드워프의 대족장 크라누스 뮐러는 대륙 전역에서 모여든 기자들에
게 단구를 뽐내며 선언했다.
"우리는 영원한 건물을 지을 것이오. 숲과 땅, 양측의 힘을 합치면
불가능이 없음을 보여주고 말겠소!"
엘프의 대족장 케냐린 이에시아는 크라누스의 단구를 압도하는 장
신을 꼿꼿하게 세우며 첨언했다.
"놀라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이 결정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논
의된 사항의 최종 발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인간과 노움 기자들은 이 사건을 이렇게 서술했다.
(인간과 노움으로 한정된 것은, 기자라는 직업이 있는 종족이 저
둘 뿐이기 때문이다)
<엘프 대족장 침착한 발표 - 숲의 엘프는 난쟁이들 따위에게 지지
않는 영원한 건물을 세우겠다>
<불 같은 선언을 남긴 드워프 대족장 - 땅의 드워프는 멀대들을
압도할 영구한 건물을 짓는다!>
사실을 전달해야만 하는 기자들조차 크라누스와 케냐린이 나란히
선 장면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두 종족이 각각 발표를 한 것처럼 소
식을 전달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드워프와 엘프가 연합했음을 전해들
은 것은, 정확한 소식통이 아니라 풍문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길고 긴 대공사 끝에 완공된 건물은 전설이 되었다. 전설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지만 그 실체를 아는 자가 없기 마련이다.
마지막 도서관은 대륙의 극서極西에 자리했다. 극서가 선택된 것
은 오직 한 가지 이유뿐이다. 온대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는, 기반 작
업 과정에서 숲이 훼손되지 않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주장은 엘프로부터 나왔다)
도서관은 꽤나 특이한 모습으로 되어 있었다. 언덕 한쪽을 무너뜨
려 기반을 잡았기 때문에 도서관의 네면 중 한쪽은 완벽하게 절벽으
로 갇혀있었다. (물론 이는 드워프가 스스로를 뽐내기 위함이다)
드워프는 기술력으로 건물을 세우고 엘프는 정령을 다뤄 건물을
변하지 않는 것으로 치장했다. 현장에서 몸을 날리는 드워프와 엘프
들은 그들의 대족장이 따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짓는 건물
이 대륙 중앙에 위치한 '최후의 탑'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
다.
최후의 탑.
인류 최후의 대마법사 에카르디엠의 유작.
돌 한 조각 나무 한 그루 없이 세워진 그 탑은 마나로 이루어진
탑이었다. 인류 최고최후의 대마법사가 온 마나를 쏟아부어 세운 그
탑은, 마나가 존재하는 한 불변하는 물건이었다. 마나만 있다면 세계
가 멸망해도 남게 될 탑이라는 뜻이다. 마나는 세계와 호흡을 함께하
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 탑을 최후의 탑이라
고 부르기 시작했다.
매커일은 침착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페이지 왼쪽에서부터
오른쪽까지 주욱하고 훑고 다음 문장을 읽으려던 매커일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읽어도 다음 페이지를 읽을 수가 없었다. 다
음을 읽지 못하게 하는 강제력이 발목 아래쯤부터 차오르는 것이 느껴
졌다.
일정한 간격으로 째깍거리던 시계가, 어느 순간 탁 하고 멈춰 선다.
Posted by Min。